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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교회 목회자가 빠지기 쉬운 유혹들

제이비젼 2015. 12. 15. 16:11

개척교회 목회자가 빠지기 쉬운 유혹들


박철수 목사/분당두레교회


* 본 내용은 ‘목회와 신학’(99.3월호)에 수록된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고 하신 말씀은 구체적으로 교회개척으로 나타난다. 복음을 전할 대상이 있고, 복음을 믿는 사람들이 있을 때 교회 개척은 필요하고 또 있어야 한다. 교인 수는 정체되어 있으면서도 교회의수만 늘어가는 상황에서 교회를 개척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제대로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교회 개척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너무 성급하게 교회 개척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유혹인지도 모르겠다. 교회 개척은 믿음만 가지고서 시작할 수 없다. 교회 개척은 예배 드릴 수 있는 공간, 목회자의 생활을 위한 경제적 비용등 재정적인 문제와 긴밀하게 관련되어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점은 개척교회 목회자의 질적 문제이다. 새로운 교회 개척은 필요하고도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2~3년 후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어 결국 중도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이유 중 교회를 새로이 개척하는 목회자의 영적 자질 문제에 큰 원인이 있다. 그런 점에서 교회 개척을 하는 목회자들은 객관적으로 자신을 평가하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개척교회를 하는 목회자가 빠지기 쉬운 유혹들에 대하여 몇 가지 생각하고자 한다.


교회 건물 확장에 대한 유혹

   첫째는 예배당 중간 확장에 대한 유혹이다. ‘규모의 경제’란 말이 있다. 어떤 경제 행위를 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규모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교회가 경제행위의 주체는 아니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말할 수 있고,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예배당은 100여평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성도들에게 헌금을 강요하거나 전도등을 강조하게 된다. 복음의 본질적인 내용을 가르치기보다는 비본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교인들도 지치게 되고 목회자도 피곤하게 된다. 비본질적인 것에 치우치다보니 복음의 본질이 희석되고, 복음을 통한 생명력이 점차 떨어지면서 교회는 힘을 잃어가게 된다.


외적 교회성장에 대한 유혹

   둘째, 교회성장에 대한 유혹이다. 한국 개신교는 70~80년대 왕성하게 수적 성장세를 보였으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교세 증가가 둔화 내지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는 마땅히 성장해야 하지만 그 자체가 목회의 지상명령인 것처럼 생각한다면 그로 인한 폐해는 심각할 것이다. 성장주의가 교회성장을 막고 있다. 교회 성장주의가 멈출 때 교회는 성장할 수 있다. 성장은 지향되어야 하지만 성장주의는 안 된다.

   성장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교회의 재정 상황과 무관하게 여전도사를 많이 두고 보험회사 설계사처럼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치열한 전도작전을 벌이는 것이다. 각각의 여전도사에게 한 달에 채워야 할 숫자가 할당되고 또 이 숫자를 채우도록 요구받는다. 그 수를 채우지 못하면 그만두게 하는 것이다. 당연히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또 헌금과 전도를 비성경적으로 강조하게 되고, 심지어 가정을 돌보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나도 교회 봉사만을 강조한다. 이러한 것들을 모두 상급과 연결시켜 인간의 저열한 욕망을 부채질한다. 탐욕으로 자유하게 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탐욕적인 인간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치유목회 세미나, 특별 새벽기도회, 총동원주일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자들에게 쉬게하기는 커녕 종교적 부담을 주어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너희가 열심은 있으나 지식이 없는 자’라고 지적한 사도 바울의 말처럼 열심히 마치 신앙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있다. 교회는 진리를 가르치고 진리를 실천하는 곳이 아니던가.

   성장은 성숙을 가져올 때 참 의미가 있다. 성숙없는 성장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수적 성장은 성숙을 가로막는다. 이는 교회사가 말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성장주의는 출세주의와 성공주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성장주의는 모든 목회자의 유혹이다.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더 사랑스러워 가시더라”(눅2:52) 여기에서 성장과 성숙의 관계를 발견한다. 예수님은 키가 자라셨을 뿐 아니라 내적으로 지혜가 자라가셨다. 예수님은 사람에게 뿐 아니라 하나님 보시기에 더 사랑스러워 가셨다. 바로 교회의 모습이 이래야 할 것이다.


조급함의 유혹

   셋째, 조급한 마음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빨리빨리 무엇인가 이루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몇 년 사이에 몇 천명의 교회로 성장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좋은 일이다. 거기에는 수많은 기도와 각고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한 교회의 적정 교인 수는 대략 300~500명이다. 빠른 성장은 성도들을 배려하는 데 한계를 느끼게 만든다. 그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기도하고, 상담하고, 교제하고, 성경공부하는 것들에 한계를 느낀다. 그래서 몇 년 안에 수 천명 모인다는 교회들이 정말 잘 운영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개척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의 유혹은 조급함이다. 너무 서둘지 말라. 하나님께서 우리의 영적 분량에 따라 알아서 양떼를 주실 것이다. 최선을 다하되 빈 마음으로, 여유있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자. 목회에 있어서 조급한 마음, 인간적인 생각은 목회자 자신의 영적 삶을 해칠 뿐 아니라 성도들의 영적 생활을 불안정하게 함으로써 유익을 주지 못할 것이다.


개척교회가 처한 외부적 어려움

   다음은 교회를 개척할 때 유의할 점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90년도에 들어와서 한국교회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97년 갤럽 조사에 의하면지금의 종교로 개종하기 전에 가졌던 종교가 불교의 경우 32.8%, 천주교 9.6%에 불과하지만 개신교의 경우 58.4%에 이른다는 점이다. 얼마나 많은 개신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셋째, 소위 종교가 없다는 비종교인이 47.9%인데과거에 가졌던 종교는 개신교가 73%인 800만명에 이르고, 불교는 23.6%로 260만명, 천주고 12%로 130만명으로, 여기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개신교에 실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넷째, 98년 조사에 의하면 비종교인 가운데 앞으로 종교를 가지고 싶은 의향을 가진 사람들이 32.9%인 720만명으로 그 가운데개신교를 선택하고 싶다는 사람이 불교의 41.8%, 천주교의 36.7%에 비하여 21.4%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가 일반 사람들에게 나쁘게 보여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최근 갤럽조사에서 나타난개신교에 호감을 갖지 못하는 이유들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첫째, 신앙을 너무 강요하고 배타적이라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인들을 압박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에 의하면 가장 많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기독교인들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둘째, 너무 물질중심적이라는 점이다. 헌금을 강조하고, 축복을 강조하고, 예배당을 짓는 것에 골몰하고 있는 점이 반영되고 있다. 셋째, 진정한 믿음과 마음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신앙인의 모습 속에서 보여주는 피상성(皮相性)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본질적으로 진지해야 하고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믿지 않는 자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다음으로, 사회 봉사와 이웃 사랑의 실천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헌금을 강조하면서도 그 헌금이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쓰여지기보다 교회 자체의 운영과 교회 건물을 짓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교파의 분열과 대립을 들고 있다. 우리 나라 장로교 교단의 수는 120개가 넘는 형편이다. 평신도와 불신자들이 볼 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전도방법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전도가 중요하지만 반강제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총동원주일 등으로 해서 평신도와 안 믿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상의 사실에서 한국 개신교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불신을 당하고 있으며, 개척교회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알 수 있다. 우리는 위의 통계와 지적사항을 보면서 이미 성장한 교회는 말할 것도 없고, 개척교회를 세우기 위해서 애쓰는 목회자들도 이러한 점을 깊이 성찰하며말씀 중심의 목회, 상식과 도덕성을 가진 건전한 목회에 정진할 때,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사용해 주실 것을 믿는다. 교회성장 세미나에 쫓아다니지 말라. 오히려 허황되고 잘못된 생각을 배우기 십상이다. 그것보다는 성실하게 말씀을 준비하고 기도하며, 성도들과의 깊은 내면의 만남에 시간을 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