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찬송가의 역사와 한국 찬송가 (2)
이천진 목사 (이화여자대학교병설 영란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 교목)
한국찬송가를 찾아 떠나는 네 번째 여행입니다. 여행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였습니다. 콜럼부스는 인도로 여행하다가 대륙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콜럼부스는 그 대륙을 인도로 생각하고,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인디안’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대륙이 오늘날의 아메리카 대륙입니다. 콜럼부스의 여행은 위험이 뒤따르는 여행이었지만 마야문명, 잉카문명, 아즈텍 문명을 아메리카문명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행은 하느님의 여행입니다. 하느님은 하늘의 세계에서 땅의 세계로 여행을 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Incarnation, 성육신 사건입니다. 하느님의 여행은 땅의 세계를 하느님의 나라로 변화시켜 나가는 구원의 역사를 창조하였습니다. 예수의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으로의 여행, 이 멋진 여행에는 십자가의 죽음이라는 위험이 있었지만 부활사건을 통하여 ‘기독교’라는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였습니다. 바울의 아시아와 유럽으로의 선교여행, 이 여행에도 박해와 위험이 뒤따랐지만, 바울의 여행은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기독교를 세계종교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한국찬송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 위험이 뒤따르는 힘든 여행이지만 새로운 문명을 창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계속할 수 있습니다. 이번 네 번째 여행에서는 세 번째 여행에 이어서 한국교회 찬송가의 역사 속에서 한국찬송가를 발견해 보려고 합니다. 세 번째 여행에서는 찬미가(1892년)와 찬양가(1894년) 그리고 찬숑가(1908년)에서 한국찬송가를 찾아보았고, 이번 네 번째 여행에서는 신정 찬송가(1931년)와 합동 찬송가(1949년), 개편 찬송가(1967년)에서 한국찬송가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표1> 한국교회 찬송가의 역사
번호 |
년도 |
편 자 |
제 목 |
곡수 |
특 징 |
교 단 |
1 |
1892 |
존스, 로드웨일러 |
찬미가 |
27 |
가사만 있는 한국교회 최초의 찬송가 |
감리교 |
2 |
1894 |
언더우드 |
찬양가 |
117 |
한국인 작사 찬송 7곡
(이유선은 9곡 주장) |
장로교 |
3 |
1895 |
존스,
아펜젤러 |
찬미가 |
81 |
한국인 작사 찬송 4곡,
번역 찬송 비판, 한국 찬송 주장 |
감리교 |
4 |
1908 |
조선 예수교서회 |
찬숑가 |
266 |
한국고유곡조 5편(Korean Music)
10,11,12,13,40장, 창가 형태 |
감리교
장로교 |
5 |
1931 |
감리교 장로교 연합공의회 |
신정찬송가 |
314 |
한국인 작사 찬송 7곡,
한국 고유 곡조 5편, 모두 탈락 (조선인 위원들에 의해) |
감리교
장로교 |
6 |
1949 |
한국 기독교 연합회 |
찬송가(합동) |
586 |
한국인 작사 찬송 6곡,
한국화 퇴보 (2.2%→1%) |
감리교
성결교,장로교 |
7 |
1967 |
찬송가 위원회 |
찬송가(개편) |
600 |
한국화 강조,
한국인 작사, 작곡 27곡 (4.5%) |
감리교
성결교,장로교 |
8 |
1983 |
한국찬송가 공회 |
찬송가(통일) |
558 |
한국인 작품 18곡,
개편 찬송가에서 9곡 감소 |
전 교단 |
4. 신정 찬송가(1931년)에 나타난 한국찬송가
1931년 6월 감리교와 장로교의 연합으로 「신정 찬송가」가 간행되었습니다. 선교사 연합 공의회 편찬, 조선야소교서회 발행이었습니다. 장수는 314장이었는데, 반 이상이 「찬숑가」에서 편입되었고, 70여장은 「청년찬송가」에서 선택하였습니다. 여기에는 한국인 창작 찬송(가사) 6편이 실려 있었습니다.(89장, 126장, 195장, 230장, 158장 등)
그런데 편찬 과정에서 한국의 옛 곡을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이 때, 한국적 가락의 찬송에 대한 한국인 위원들의 반대로 한국적 가락의 찬송을 제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외국인들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한국적 가락을 제거했다는 사실은 사대주의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장면입니다. 당시 평양신학교 음악 강사였던 권태희는 구 찬송가 중 10장에서 14장까지의 우리 곡조 찬송을 제거한 것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습니다.
그것이 비록 단순한 곡으로 되었을지라도 조선인의 표현인 곡만은 사실입니다. 나의 이상하는 찬송가는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 울 곡, 우리들의 정조(情操)에 맞는 시가(詩歌), 즉 우리의 신앙시인, 신앙악가를 통하여서 나온 성가입니다. 노래는 민족성을 초월하는 동시에 민족성에 따라 특성이 있습니다. 만일 마음을 움직일 수 없는 노래라면 그것은 노래가 아닙니다.
권태희도 이미 1935년에 한국인의 신앙고백을 한국적 가락에 따라 부르는 ‘한국찬송가’, 그리고 한국인의 영성을 불러일으키는(“마음을 움직이는”) ‘한국찬송가’를 주장한 것입니다. 이화여자전문학교의 음악교수였던 박경호도 가사 문제에 있어서는 조선의 문인과 시인에게 맡겨 조선 사람이 부르기에 적당한 노래를 만들고, 곡조 문제에 있어서 곡조 선택은 조선 사람의 음악적 경향을 잘 이해하는 음악 전문가에게 맡겨 달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김교신도 「신정찬송가」를 비판하였습니다.
이것이 과연 개정인가 개오인가. 신앙없는 음악가의 찬송가 편찬과, 조선 말 모르는 박사의 성서 개역과 이런 것이 모두 조선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니 반도의 영계도 탄식하지 않는가.
「신정 찬송가」는 선교사들 주도의 것이요, 따라서 민족 주체성을 무시하였다는 비판이었습니다.
5. 합동 찬송가(1949년)에 나타난 한국찬송가
1949년 한국 교회 최초로 감리교, 성결교, 장로교의 공동 찬송가인 「찬송가」(합동)가 간행되었습니다. 이 찬송가는 총 586장으로 이루어진 찬송가였습니다. 이 찬송가의 편찬 원칙 중 하나는 각 교단의 주체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찬미가 서문뿐만 아니라, 밀러(F. S. Miller), 제임스 게일(J. S. Gale), 권태희, 그로브(P. L. Grove), 박경호, 김교신 등도 민족의 주체성이 담겨 있는 ‘한국찬송가’를 주장하였지만, 이 찬송가는 민족의 주체성은 외면하고 교단의 주체성만 강조하였습니다. 한국적 가락을 제거한 「신정 찬송가」의 사대주의적 정신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강신우는 이 찬송가를 이렇게 비판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세 찬송가를 합본한 합동 찬송가는 약 55%의 복음가를 포함한 찬송가가 되었다. 그 외에도 별다른 연구 없이 합본한 관계로 같은 곡조에 유사한 가사의 찬송이 중복되었고, 많은 수의 복음가, 외국 국가와 민요, 세속 곡조 등이 비판 없이 편집 발행되어, 전에 출판된 장로교와 감리교가 사용한 찬송가에 비교하면 아주 수준 낮은 찬송가가 되었다.
감리교의 「신정 찬송가」, 성결교의 「부흥성가」, 장로교의 「신편 찬송가」를 합본하면서, 이 찬송가에 「부흥성가」에 수록되어 있었던 미국의 복음가와 외국민요 등이 유입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찬송가에는 외국의 국가와 외국의 민요 곡조가 많이 수록되었습니다. 외국 국가의 곡조를 사용한 것은 프랑스 국가(379장), 영국 국가(468장), 독일 국가(465장)이고 외국 민요 곡조로는 영국 민요 “Annie Laurie”(75장), “Auld Lang Syne”(262장), 미국 민요 "Old Black Joe”(200장), “Swanee River”(206장), “Battle Hymn”(376장), 독일 민요 “O Tannenbaum”(241장), “Die Lorelei”(372장), 독일의 투린지아 지방 민요 “Lynde”(266장) 스페인 민요 “추억”(308장) 등입니다.
이렇게 한국의 국가와 민요는 부르지 않으면서, 외국의 국가와 민요를 찬송가로 부르고 있는 것은 사대주의인 것입니다. 이러한 찬송가의 사대주의는 현재 한국 교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찬송가에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6. 개편 찬송가(1967년)에 나타난 한국찬송가
1967년 감리교, 기독교 장로교, 예장, 성결교가 연합으로 「찬송가」(개편)를 간행하였습니다. 개편을 할 때에 다음과 같은 원칙이 있었습니다.
1. 중첩된 것은 단일화한다.
2. 국가, 민요 등의 곡조와 가사 등은 재검토한다.
3. 종류별로 편찬하는 데 유의한다.
4. 예배용 찬송을 보강한다.
5. 특정 예배 때에 사용할 찬송을 보강한다.
6. 우리 찬송(한국 가사와 곡조)을 보강한다.
7. 교독문을 보충한다.
8. 가사를 모두 검토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찬송가를 개편하면서 세운 원칙 중 8번, 즉 우리 찬송(한국 가사와 곡조)을 보강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찬송가에는 한국인 작사의 찬송이 25장이나 있습니다. 그리고 <표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인 작곡의 찬송은 27곡입니다. 개정 원칙 8번에 따라 우리 찬송(한국 가사와 곡조)을 보강한 것입니다.
<표2> 개편 찬송가에 있는 한국인 찬송
번호 |
장 |
가사 첫 줄 |
작사자 |
작곡자 |
통일찬송가 곡 |
1 |
27 |
하늘에 가득찬 |
김정준 |
곽상수 |
|
2 |
55 |
고요히 머리숙여 |
서정운 |
곽상수 |
삭제 |
3 |
67 |
주는 나를 기르시는 |
최봉춘 |
장수철 |
|
4 |
86 |
고요하고 거룩한 |
임성길 |
장수철 |
삭제 |
5 |
172 |
어둠의 권세에서 |
마경일 |
박태준 |
삭제 |
6 |
212 |
어둔 밤 마음에 잠겨 |
김재준 |
이동훈 |
|
7 |
213 |
인류는 하나되게 |
홍현설 |
안신영 |
삭제 |
8 |
214 |
눈물밭에 떨어진 |
고황경 |
이동훈 |
삭제 |
9 |
237 |
어서 돌아 오오 |
전영택 |
박재훈 |
|
10 |
298 |
성부여 의지없어서 |
Charles Wesley |
나운영 |
삭제 |
11 |
321 |
캄캄한 밤 사나운 |
김활란 |
이동훈 |
|
12 |
337 |
캄캄한 밤중에 |
오 빈 |
나운영 |
삭제 |
13 |
379 |
이전에 주님을 |
정용철 |
이유선 |
|
14 |
387 |
부름받아 나선 이 몸 |
이호운 |
이유선 |
|
15 |
401 |
눈을 들어 어이할꼬 |
석진영 |
박재훈 |
|
번호 |
장 |
가사 첫 줄 |
작사자 |
작곡자 |
통일찬송가 곡 |
11 |
321 |
캄캄한 밤 사나운 |
김활란 |
이동훈 |
|
12 |
337 |
캄캄한 밤중에 |
오 빈 |
나운영 |
삭제 |
13 |
379 |
이전에 주님을 |
정용철 |
이유선 |
|
14 |
387 |
부름받아 나선 이 몸 |
이호운 |
이유선 |
|
15 |
401 |
눈을 들어 어이할꼬 |
석진영 |
박재훈 |
|
16 |
402 |
삼천리반도 금수강산 |
남궁억 |
이동훈 |
삭제 |
17 |
461 |
눈물의 골짜기에서 |
안신영 |
김두완 |
삭제 |
18 |
463 |
네 맘과 정성을 |
정용철 |
곽상수 |
|
19 |
464 |
지금까지 지내온 것 |
sasao |
박재훈 |
|
20 |
473 |
주 예수 흘린 피 |
박태준 |
박태준 |
삭제 |
21 |
482 |
나 이제 주님의 |
이호운 |
박태준 |
|
22 |
488 |
하늘가는 밝은 길이 |
소안련 |
안신영 |
삭제 |
23 |
533 |
어머님의 사랑보다 |
주요한 |
구두회 |
|
24 |
538 |
산마다 불이 탄다 |
임옥인 |
박재훈 |
|
25 |
545 |
사철에 봄바람 |
전영택 |
구두회 |
|
26 |
546 |
미더워라 주의 가정 |
문익환 |
곽상수 |
삭제 |
27 |
565 |
가슴마다 파도친다 |
반병섭 |
이동훈 |
|
이 개편 찬송가는 이렇게 민족적 자긍심을 살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예배 중심의 찬송이 대거 편입된 점, 피안적 종말론 신앙의 찬송이 감소되고 현세적인 선교의 사명을 노래하는 찬송이 기축을 이룬 점, 어린이와 젊은이 그리고 가정의 화목을 노래하는 등 역사적 신앙의 신학적 전환을 이루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찬송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강신우는 “객관적인 면에서 「개편 찬송가」는 한 개신교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찬송가”라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찬송가는 토착화를 지향한 찬송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첫째, 한국인 작곡 찬송이 27곡, 한국인 작사 찬송이 25곡이 수록되어 민족적 주체의식을 나타냈기 때문입니다. 둘째, 한국 전통 음악의 선법에 따라 작곡한 곡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98장(성부여 의지 없어서), 379장(이전에 주님을 내가 몰라), 482장(나 이제 주님의 새 생명 얻은 몸)은 전인평의 한국 전통 음악 선법에 의하면, 제3선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538장(산마다 불이 탄다)은 제2선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찬송가를 회복하는 이러한 노력은 1983년에 간행되는 통일 찬송가에서 다시 좌절을 겪게 됩니다. 다음 다섯 번째 여행에서는 현재 한국 교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통일 찬송가에서 한국찬송가를 찾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