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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십자가 사건 고고학·의학적 재구성

제이비젼 2016. 3. 22. 10:03

 

  

 

 

십자가 사건 고고학·의학적 재구성

고난주간을 앞두고 있다. 고난주간은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묵상하며 그 고난에 참여하는 시간이다. 4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님은 AD 33년 유월절 무렵 예루살렘에 입성했다. 그후 닷새째 체포됐다. 다음 날 산헤드린 공회에 넘겨진 예수님은 오전 7시쯤 빌라도의 첫 재판을 받았고 한 시간 후에 두 번째 재판에서 십자가형을 선고받았다. 형집행은 즉시 실시됐다. 거리로 내팽겨진 예수님은 옷이 벗겨졌다. 가시 면류관이 머리에 씌워졌고 채찍을 맞았다. 그는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루살렘 성 인근의 골고다(해골 언덕)로 향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시간은 제3시(오전 9시)였다. 제9시(오후 3시)가 되자 예수님은 큰 소리를 지른 후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요한복음은 공관복음(마태·마가·누가)과 달리 한 가지 사실을 추가한다. 로마 병사가 창으로 예수님의 옆구리를 찔러 피와 물이 나왔다는 것이다(19:34). 성경의 기록은 여기까지다. 우리는 6시간 동안 십자가에 달려 있어야 했던 예수님 고통의 실제를 알 수 없다. 그는 몸무게 때문에 15㎝ 정도 팔이 늘어나면서 처졌을 것이다. 이 참혹스러운 장면은 구약성경 시편 22편 14절에 “쏟아진 물처럼 기운이 빠져 버렸고 뼈마디가 모두 어그러졌다”(새번역)고 예언됐다. 십자가는 사건이다. 고고학과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그 사건을 재구성했다.

십자가 형틀

십자가는 당대 가장 잔인한 사형 방식이었다. 십자가형은 로마인이 아닌 노예나 강도, 반역자에게 가해졌다. 로마의 웅변가였던 키케로(BC 106∼BC 43)는 ‘잔인하고 무서운 형벌’이라고 묘사했다. 십자가형은 BC 1000년쯤 앗수르와 페르시아에서 사용하다가 서방으로 전수됐다. 로마는 BC 1세기부터 공식화됐다. 외형은 주로 T자 모양이며 세로기둥은 땅에 박고 가로기둥은 그 위에 거는 방식이었다. 사형수들은 가로기둥을 메고 형장까지 걸어갔다. 희생자들은 다양한 자세와 모양으로 달렸다. 십자가 자체는 높은 편은 아니어서 희생자는 눈높이에서 사형 집행자를 볼 수 있었다.

문헌에 따르면 십자가 형집행은 대중에게 공개됐다. 십자가형이 언도되면 사형수는 곧바로 밖으로 내쳐지고 옷이 벗겨지며 채찍질을 당했다. 채찍은 보통 39개의 가죽 가닥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안에는 쇠구슬이 박혀 있었다. 이 때문에 채찍으로 몸을 때리면 구슬들 때문에 깊은 상처나 멍이 생겼다. 어떤 채찍에는 날카로운 뼛조각들이 박혀 있어서 때릴 때마다 살이 찢겨져 나갔다. 희생자는 채찍질을 당한 다음 십자가를 어깨에 메고 걸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고 갈 힘이 없었다. 그래서 구레네 사람 시몬이 대신 십자가를 졌다.

당시 십자가에 사용됐던 못은 12∼17㎝ 길이의 끝이 가늘고 뾰족한 대못이었다. 이런 대못을 손바닥에 박으면 몸무게 때문에 손바닥이 찢겨져 십자가에서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손바닥이 아니라 손목에 못을 박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손과 발에 대못이 박혀 십자가에 달렸을 경우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길었던 한 주’의 저자 닉 페이지는 ‘고통을 주다’를 뜻하는 영어 ‘excruciate’는 문자 그대로 ‘십자가로부터’라는 뜻이며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으면 새로운 단어까지 만들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형수들은 보통 알몸이었다. 수치와 치욕도 형벌의 일부였다.

십자가형의 못 박힌 증거는 1968년 예루살렘에서 고고학자들이 AD 70년쯤 로마에 대항한 반란 사건에서 희생된 36명의 유골을 발견하면서 더욱 분명해졌다. 당시 학자들은 요하난이란 인물이 십자가 처형을 당했고 그의 발에 꽂혀 있던 7인치(17.7㎝) 크기의 못을 발견했다.

직접적 사인(死因)

전문가들은 십자가형은 주요 정맥을 관통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바로 죽이지는 못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못으로 인한 출혈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응고된다. 대신 희생자는 탈진, 심장마비, 십자가 자체의 고통 때문에 사망한다. 채찍질부터 시작되는 십자가형은 출혈과 탈수 증세를 동반해 탈진으로 이어지다 사망한다는 게 일반적이다. 또 다른 설명은 질식사이다. 근육경련으로 숨을 내쉬지 못하다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대의 기록에는 길게는 일주일을 버틴 사형수 사례도 있어 탈진과 탈수를 동반해 서서히 죽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사망 속도가 빨랐다. 채찍질로 이미 심한 출혈을 겪었고 몸 상태는 매우 약해져 있었다. 또 앞서 체포 직전까지 겟세마네에서 밤늦게까지 기도한 상태였다. 이후 공회 소환과 재판, 그리고 이어진 채찍질과 가시 면류관, 십자가를 짊어지는 과정을 통해 탈진했고 그 상태에서 십자가에 달렸다.

의사인 박준범(흉부외과) 인터서브코리아 선교사는 “예수님께서 목마르다고 말씀하시고 신포도주로 목을 축인 것은 그만큼 탈수 증세가 심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6시간 만에 돌아가신 것은 탈진 상태가 상당히 진행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요한복음에만 등장하는 ‘피와 물’(19:34)에 대한 설명도 다양한 생리학적 가능성이 제기된다. 피는 심장에서 나왔고 물은 심낭에서 나왔다는 견해를 비롯해 심각한 폐색 흉부 외상을 입은 희생자는 갈비뼈와 폐 사이에 2ℓ가량의 ‘출혈성 유체’가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붉은 혈액과 혈청 두 층으로 분리된다는 것이다. 박 선교사도 “폐낭을 비롯한 갈비뼈 안쪽에는 유체가 있다”며 “이것이 피와 물로 보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왕재 서울대 의대(해부학) 교수는 “요한복음만 보면 예수님은 과다출혈로 인한 사망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피와 물을 흘렸다는 것은 그때까지 심장이 뛰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영혼이 떠나가시다’(19:30)는 표현을 의식 불명 상태로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NASB NIV NLT 등 주요 영어성경은 해당 구절을 ‘그는 그의 영혼을 포기했다(He gave up his spirit)’로 표기했다. 탈수증세로 십자가에서 의식을 잃고, 이후 창에 의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5ℓ 정도의 혈액을 담고 있다. 여기서 2ℓ를 출혈하게 되면 쇼크가 오고 3ℓ 이상 될 때는 심장에 보낼 혈액이 부족해 저혈압과 뇌사 상태에 빠진다. 이후 호흡 곤란이 지속되다가 심장이 멈추면서 사망한다.

이 교수는 “피를 흘리면 혈압이 떨어져 의식을 잃게 되는데 보통 수축기 혈압이 60 이하가 되면 뇌까지 혈액이 도달하지 못한다”며 “그런 상태에서 10∼15분이 넘으면 뇌사 상태에 이르며 호흡이 멈추면서 30분 이내에 심장 박동 정지로 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창으로 찔린 옆구리가 오른쪽일 것으로 추정했다. 오른쪽에는 혈관 덩어리인 간이 있으며 좀더 깊숙이 창이 들어갔을 경우 척추 쪽에서 연결되는 대정맥과 만나 많은 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간손상과 대정맥 파열로 피가 나왔다는 것이다.

박희천 내수동교회 원로목사는 11일 “예수님은 죄 없이(벧전 2:22) 오해를 받으며(사 53:4) 무저항으로(사 53:7) 고난을 당했기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이룬 것(사 53:10)”이라며 “그리스도인들은 회개와 성찰의 고난주간을 보내고 신앙이 성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출처 : Joyful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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