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료

음악과 인간의 관계

제이비젼 2018. 8. 7. 15:17

『음악인류학』이라는 책을 썼던 메리엄(Merriam)은 음악만큼이나 인간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규제할 수 있는 그 어떤 다른 문화적 활동도 없을 것이라 했다. 그만큼 우리가 의식하든 못하든 음악은 우리 삶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는 뜻인데, TV, 영화, 쇼핑몰이나 공항 등 사람이 붐비는 곳에선 언제든지 음악이 사용되고 있다.

음악이 나오는 거리를 걸을 때면 집중해서 듣지 않아도 음악 비트에 맞춰 걸음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매년 콘서트나 악기 레슨, 온라인 음반 구입에 엄청난 돈을 쓴다. 찬양 없는 부흥집회를 생각할 수 없고, 음악 없는 결혼식이나 댄스파티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최근의 과학적 연구는 일반적으로 태아가 생후 17주부터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신생아가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사람이 죽을 때 마지막까지 제 기능을 하는 기관 중의 하나가 귀라고 하니, 음악은 우리의 삶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는 게 분명하다.

도대체 음악, 여러 가지 소리가 어우러진 덩어리 같은 음악이란 존재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인간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음악의 어떠한 구체적 속성들이 이러한 영향들에 기여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음악에 반응하고 음악에 의해 제어되는가? 음악에는 정말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힘이 숨어 있는 것일까?

음악이나 소리는 공기 중에 진동을 통해서 전달된다. 즉 공기의 진동이 물결을 치며 이동하는 것이 소리다. 손뼉을 칠 때 나는 소리는 불규칙적인 파장을 가지고 있는 공기 진동이며, 아름다운 첼로의 선율은 규칙적이고 반복되는 질서정연한 형태의 진동이다. 소리가 공기 중에 파동을 일으키면, 그 파동이 우리의 몸 속으로 전달된다. 그 진동은 먼저 고막에 도착한 다음 청소골이라는 진동을 증폭시키는 기관을 지나 달팽이관으로 이동하는데 여기에 수많은 청세포들이 있다. 이 청세포의 섬모들이 진동에 의해 자극되면 그 에너지를 바로 우리의 뇌로 보내게 된다. 이로써 우리는 선율, 음색, 화성이 어우러진 진짜 음악을 듣게 된다. 하지만 같은 소리라도 ‘아름답다' 내지 ‘슬프다' 하는 판단은 개인적인 경험과 지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귀를 통해 전달되는 음악은 우리의 몸과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일까? 
우리 주변에서 가요 한 곡을 수십 번씩 연속해서 듣거나 심지어 하루종일 듣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신경과학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뇌의 특정부위가 활성화되는데 이 부위는 도파민(dopamine)이라고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조절한다고 한다. 도파민은 생식과 중독 현상에도 관여하는데 이는 우리의 기분을 관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름답고 흥미로운 음악을 들을 때 거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찬양을 들을 때 은혜가 있다든지 감동을 받는다고 말하는 이유는 물론 음악적 아름다움 때문일 수 있지만, 대부분 그 찬양의 가사가 자신의 상황이나 심적 상태와 꼭 들어맞을 때 그런 감동이 전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음악을 만든 사람은 곡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게 마련이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노래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주목하며 감상하게 된다.

음악을 들을 때 생리학적 변화도 함께 일어난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은 심장박동을 증가시키고, 호흡을 빠르게 하며, 혈압 및 근육의 긴장 정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감미롭고 부드러운 음악으로는 그 반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앞에서 언급했듯이 음악에 대한 개인의 선호도와 경험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런 효과를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다만 음악의 빠르기가 심리행동학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음식점에서는 다소 빠른 속도의 음악을 사용하여 더 많은 손님들이 들고 나게 한다든지, 백화점에서는 느린 템포의 세련된 음악을 써서 고객들이 느긋하게 더 많은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음악은 또한 신체운동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다이어트 운동 프로그램이 하나같이 신나고 리듬이 두드러지는 음악을 담고 있고 조깅할 때에 주로 경쾌한 음악이 활용되는 이유도 피로감을 줄어들게 만들고 음악 리듬과 신체운동 감각을 일치시켜 운동 효과를 극대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다양하며, 인간 사회의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있다. 지금도 음악과 인간 활동 사이의 영향 관계를 규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복잡하고 정교한 틀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그래서 음악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지, 뇌졸중으로 손상된 뇌의 회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혹은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을 촉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학적 가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런 연구의 복잡성과 노력을 뒤로 하고, 어떤 문화에 속해 있든지 세상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연주하고, 창조하고 또 즐긴다. 음악은 본질적으로 머리로 이해할 수 없다. 마음으로 느끼고 경험함으로써 음악은 우리의 영혼 깊은 곳을 감동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