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 제도는 실행이 가능한가/레25:10
유대인들은 애굽에서 노예 생활을 하다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해방되었다.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인 이스라엘을 해방시키신 출애굽 사건을 매우 중시하셔서 중요한 말씀을 하실 때마다 이 사건을 상기시키신다. 또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어떠한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주셨는데 그것이 바로 율법이다. 율법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노예였다는 사실과 하나님에 의해 해방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중심주제로 흐르고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율법에는 가난한 자와 약자, 나그네 그리고 심지어는 토지에 대한 배려까지 세심하게 나타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안식일과 그것이 확장된 개념인 안식년, 희년 제도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땅에서 하나님의 백성다운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한 세밀한 지침이요 제도인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특히 희년의 의미와 현대에의 적용 가능성을 고찰하고자 한다.
구약의 기본적인 사상중의 하나는 땅과 집과 몸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인식이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어떤 사람이나 기관이나 단체 혹은 국가라 하더라도 땅과 집과 사람에 대하여 절대적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의 땅이나 집은 먹을 거리를 제공하는 농토와 주거용 대지를 뜻한다. 즉 생산 수단을 의미한다. 이러한 생산 수단은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사적 소유로 편중될 수 없다는 것이 구약의 기본 사상이며 그것이 구체적으로 제도화된 것이 바로 희년법이다. 오늘날에 들어와서는 구약의 희년법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헨리 조지의 단일 세법의 주장, 토지 공개념 등은 모두 이것에 영향을 받은 것들이다. 본 연구에서는 희년 제도의 성격과 현대에의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1. 희년법 개요
1) 안식년 제도
고대 이스라엘에는 안식년과 희년이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었다. 이스라엘에는 매 7일마다 안식하는 안식일 제도가 있었고, 이것이 확대된 것이 안식년 제도이다. 그리하여 제7년이 되면 확대된 개념의 안식일 즉 안식년제도이다. 그리하여 제7년이 되면 확대된 개념의 안식일 즉 안식년이 시행된다. 안식년이 되면 히브리인으로서 종이 된 자를 해방해 주어야 한다(출21:2). 빚을 진 사람은 그것을 갚을 능력이 없어도 7년째에는 그 빚이 면제된다. 종의 해방과 빚의 탕감은 일괄적으로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시행된다. 안식년 제도의 또 하나의 시행사항인 토지의 안식은 정기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이 안식년에는 파종을 하거나 수확하는 것이 금지된다(출23:10; 레25:3-5). 이때 자생(自生)한 과일이나 곡식은 빈민이나 나그네들에게 주어졌다. 이러한 제도는 땅에게 안식을 줌으로(출23:11; 레25:4,5) 피조계 전체에 구속을 부여하는 의미를 가진다.
2) 희년 제도
희년은 안식년을 7번 시행한 다음해, 즉 50년이 되는 해이다. 제 49년 7월 10일이 되면 전국적으로 나팔을 불어 희년을 선포한다. 이때 부는 나팔이 숫양이 뿔(요벨)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희년을 lby(요벨, 영어의 jubilee는 히브리어의 음역이다)이라고 했다. 희년이 되면 토지가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며(즉 토지의 가격이 된다.), 종으로 팔린 자는 놓임을 받게 된다. 또한 희년 제도는 언제든지 자신의 토지를 되무를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한다. 설혹 자신이 되무를 수 없을 때에는 기업무르는자(lag, 고엘)를 통하여 되무를 수 있다. 구약의 희년법은 이스라엘의 오므리 왕의 바알의 토지법을 도입하기 전까지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 실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삿21:24, 룻기, 삼상8:10-18등이다. 이후에 희년이 지켜지지 않자 많은 선지자들은 희년의 시행을 요구했다(겔16:49,50; 욜2:1,15; 미6:16). 그들에게 있어서 희년은 하나님 나라의 모형이기도 했다.
2. 희년의 정신
1) 경제 활동의 불공정 요소들
인간의 경제 활동은 많은 요인과 변수가 작용한다. 같은 조건에서 동일한 일을 한다 하더라도 개인의 능력에 따라 그 결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런 차이가 누적되면 사회적 불평등과 위화감이 조성된다. 또한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는 행·불운이 사회적 격차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더구나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부를 소유한 사람이 그 자식에게 자신의 부를 상속하게 된다면 부익부, 빈익빈의 차별 구조는 더욱 심화된다.
2) 공정한 경제 활동의 보장
희년 제도는 모든 사회적 원인에 의하여 개인에게 축적된 부를 다시 사회로 환원시킴으로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경제 활동의 장을 마련해 주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모든 사람에게 50년이라는 동일한 기회를 주고 마음껏 경제 활동을 영위케 한다. 이 기간 중에는 개인의 능력을 보호하고 행운과 재난을 묵인한다. 그러나 희년은 당대의 성공과 실패를 후대에 물려주지 않는다. 50년마다의 희년을 통하여 그 동안 형성된 부의 편중이나 계층 구조로 인한 갈등은 해소된다. 또 설혹 실패한 사람일수록 희년이 다가옴에 따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자각한다. 결국 희년은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촉구한다. 희년이 실행됨으로써 기대되는 것은 이상적인 정의로운 경제 사회의 실현이다.
3. 희년의 현실성
1) 이스라엘에게 있어서의 희년
희년법은 자유와 해방을 누릴 사람에게 주어진 법이라기보다는 희년에 자유와 해방을 베풀어야 할 사람에게 주어진 법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해 볼 때 희년법을 기억하고 전승한 사람들은 희년법 준수의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희년에 하나님의 은총을 누릴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서 그들을 옹호하던 제사장들과 예언자들에 의해서였다.
문제는 편중된 생산수단(부)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내어놓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성경은 희년법이 지켜지지 않으면 희년은 그것을 지키지 않는 이들에게 끔찍한 심판의 날이 될 것을 경고하며(렘34:18-22), 그것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2) 희년의 현실적 의미
오늘날 사유 재산 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하에서 희년법이 문자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은 철저히 혁명적인 것이기에 선뜻 이의 수용이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유와 해방을 선언하는' 희년의 기본정신은 여전히 인간의 역사를 관통해 왔다. 토지 공개념의 확산, 영구 임대 주택 분양, 개발 이익의 사회 환원 등의 공공적 개념이 제도화되는 것은 희년의 정신이 현실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제도의 질과 폭을 더욱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폭력적인 혁명을 대신하여 사회의 부의 재편성을 가능케 하며, 현실적인 희년을 이루는 길이 될 것이다.
예수의 선교 사명은 희년의 선포에 요약되어 있다. 예수는 그의 공생애의 시발점에서 사61:1,2를 봉독하고 가난한자, 포로된 자, 눈먼 자, 눌린 자들에게 기쁜 소식과 해방, 치유와 자유를 선포하셨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예수의 정신을 계승하여 해방일을 기점으로 하여 1995년을 희년으로 선포하고 '은혜의 해'를 구현코자 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가난한 자에게 복된 소식을, 억압받는 자에게 해방을, 어두움에 눈 먼자들에게 진정한 보게 함을 전하는 희년 운동이 이 땅에서도 하나님 나라의 구현으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1. 희년의 이름의 기원
희년이란 말은 영어의 Jubilee를 번역한 것이고, 이 영어는 '숫양' 또는 '숫양의 뿔'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lb(yobel)을 음역한 것이다. '희년의 해'(문자적으로는 '숫양의 뿔의 해' 레 25장; 레27:18,23,24) 또는 단순히 '희년'이라는 특수한 명칭은 '숫양의 뿔'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 희년에 이러한 명칭에 붙게 된 이유는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간 그때를 기점으로 하여 일곱 번째 안식년이 지난 그 다음해인 '제 오십년째의 해'를 알릴 때 숫양의 뿔로 만들어진 나팔을 분다고 하여, 그 해를 '요벨' 또는 '요벨의 해'라고 부른다. 즉 이 독특한 50번째의 해는 요벨의 나팔소리에 의해 희년의 해가 선포되었던 것이다.
2. 희년의 사상
1) 땅의 안식의 의미 : 고대의 농경문화에서 경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생산 활동의 중단을 의미한다. 그것은 의식주를 위한 모든 수단을 포기하는 것이며, 결국 생존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매7년마다 한 해씩 그리고 어떤 때는 연 2회 경작을 금하는 법은 지키기가 어려운 법이다. 그러나 레25:20,21에서 야훼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 법을 지키라고 명령하셨다. 이것은 하나님과 이스라엘과의 신앙 본질의 관계로, 이스라엘이 들어가 차지하게 될 가나안은 이집트와 달라서 오직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의존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라는 가르침에서와 같이 자신의 힘에 의지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것이 이스라엘 백성의 삶의 원리라는 것을 말해 준다.
2) 토지의 재분배 : 희년 제도가 담고 있는 사상 중 중요한 것은 토지의 재분배, 즉 공정한 경제 활동의 기회 부여이다. 매 50년을 주기로 종이 해방되고 땅이 원래의 주인에게로 돌아간다는 것은 처음의 상태,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인간은 흙에서 지음 받았으며, 그 토지는 인간 삶의 근본이 된다(창3:2
3). 토지는 모든 생산의 기초가 되며 그 소산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 요소이자 조건이 된다. 따라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 모두에게 공평하게 토지를 분배했으며, 그 토지를 독점할 수 없도록 희년의 법을 선포하신 것이다.
3. 희년의 사회·경제적 의미
희년 제도를 통하여 땅의 최종적 소유권이 하나님께 있음과 땅의 사용에 대한 도덕적 권위도 하나님께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땅에 대한 희년의 정신은 거대경제화와 빈부의 양극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재산의 재분배라는 하나님의 고차원적인 사회정책의 배려인 것이다. 또한 집에 대한 희년의 규례는 한 가족이 사회적으로 소외 될 수 없는 것으로 사회의 공동 책임하에서 보호되어야 할 대상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 사회성은 하나님 앞에서 근본적으로 평등한 사회임을 보여 준다. 이자 없는 대부에 대한 희년 정신은 애굽에서의 동일한 고난과 구원을 경험한 동족이 고리대로 인하여 계층화 되고 깨어지는 것을 철저히 반대하는 데 있다. 즉 고리대금으로 인한 빈곤화 현상과 노예화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 어긋나는 것이다. 노예 해방에 대한 희년 정신은 애굽에서 이스라엘을 해방시켜 주신 하나님께서 온 인류를 해방시키기 원하신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스라엘만의 해방 선언이 아니라 전인류를 향한 인권적·영적 해방 선언의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희년의 사회·경제적 의미는 사회정의(Social Justice)의 문제로 요약될 수 있다.
정의의 문제는 인간의 동등성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희년 정신은 개인적 능력의 차이 또는 구조적인 악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사회계급의 차이를 철폐하며, 분배의 정의를 실천하며, 온갖 인종차별(Racism)과 성차별(Sexism)을 철폐하여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도록 강력히 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희년법의 적용
희년 정신에 입각하여 '토지를 원소유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토지 원상회복 정신은 한국적 상황에서는 '농토를 농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경자유전에 해당될 것이다. 즉 농민이 농토를 골고루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토지 원상회복의 한국적 적용이 될 수 있다. 또한 이자 금지 및 빚 탕감의 정신은 일차적으로 농민들의 무거운 빚을 비롯하여 서민들의 빚을 탕감해 주는 일일 것이다. 생계유지를 위한 대출은 무이자 대출 제도를 만들어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노예해방 정신은 명목상 노예는 없지만 실제로 억압과 누명의 굴레를 쓰고 있는 양심수나 열악한 조건하에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와 정부정책에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희년법의 정신으로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통해 인간 중심주의에서 하나님 중심주의로 형성해 나감으로,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받은 각자의 인격적 고유성을 보장받는 가운데 이상적 평등사회를 이룩해 가는 나라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