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

족장시대의 인물들의 서설

제이비젼 2017. 5. 16. 23:39

 



이스라엘의 문화는 근본적으로 유복민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베두인처럼 낙타를 타고 다니던 사막인이 아니라 나귀를 이용하여 가축떼를 몰고 풀밭을 찾아다니던 유목민이었다. 이러한 잦은 이동으로 말미암아 국가의 형성이 지극히 어려웠지만 씨족 집단의 단결은 강력히 요청되었던 것이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은 이러한 씨족 집단 속에서 강력한 힘을 소유한 부한 족장이었다. 그것은 이들이 각각 종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후처 등 일부다처(一夫多妻)를 형성하고 있는데서 드러난다. 족장들은 공동생활의 테두리 안에서 짐승과 노동불능자를 보살피고 씨족과 유목민을 보호하며 가족의 위법에 대하여 책임져야 한다. 이들의 상위적(上位的)인 지파는 힘과 권위에 의거한 명령과 강압적인 지도가 아니라 충고와 권면을 통한 불문율의 관습을 시행했다. 따라서 다른 집단에 의한 피해는 피의 복수가 철저하게 시행됐다. 철저한 복수가 너무나 엄격하여 생명 대신에 물건으로 보상을 받게 되면 '피를 우유로 판다'는 불명예의 지탄과 조롱을 받을 정도였다. 그에 비하여 손님과 나그네에게는 친절을 베푸는 것이 유목민의 철저한 관습이며 명예였다. 성경의 족장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관습들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은 이러한 일련의 법칙들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하나님의 직접적인 야훼 신앙을 성립시켜 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족장들이 무분별하게 야훼 신앙을 성립시켜 나간 것이 아니라 몇 가지 기본적인 인식과 주제를 통하여 나갔음을 성경은 가르쳐 주고 있다. ① '부름 혹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기원전 2000-1500년경의 고대 근동에서 아모리인들이 이동한 것이 아무리 정치적·경제적 요인들로 인한 것이라 하더라도 아브라함은 야훼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이동했다(창12:1). 아브라함이나 야곱이 이상적인 인물도 아니었지만 이들은 선택했고 왜 불렀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만 하나님의 주도권에 의한 것이었다. ② '약속'에 의한 것이었다. 지금은 초라하고 미약할지 몰라도 미래에는 큰 민족이 되게 하시겠다는 일방적인 언약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약속은 '아브라함을 통하여'라는 확인과 함께 계속 이어지는 다른 족장에게도 확인되어진다. ③ '계약'이다. 부름과 약속에서 언급된 가닥들 중에서 대부분은 계약의 개념 아래로 모여지고 있다. 계약은 하나님의 자기 계시와 주도권에 근거를 두고 강조되어지며 고대의 제의식을 묘사하고 있다. ④ '하나님의 임재'이다. 하나님은 족장들에게 여러 형태로 현현된다. 그리고 하나님과 아주 특별한 관계로 설정되고 있다.


 이 시대에 나타나는 또 다른 중요한 언급은 욥의 고난과 멜기세덱의 등장이다. 이때 이미 의로운 사람도 고난당할 수 있다는 서술은 당시의 세계관과 신(神)인식 속에서 대단히 파격적인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이방 제사장 멜기세덱의 등장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구원사적 섭리를 추측케 한다. 그러므로 이 장은 인물을 통한 이스라엘과 이방인의 구원의 시작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