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란 무엇인가?/ 얼의 개념[고전15:33]
인간의 바른 행위의 표준을 윤리규범 또는 도덕률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윤리(倫理) 그 자체는 선하거나 의로운 것이 아니라, 선하려 한다거나 의로워지고자 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도리(人倫道理)인 것이다. 그러므로 윤리학은 이론적 도덕철학과 실천적 도덕론을 포괄하여 '윤리'를 연구하는 것이다. 즉 윤리는 '인간 행위의 가치 문제'를 다룬다. 그러므로 윤리의식이라면 '인간 행위의 가치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현해야하는 것이다. 윤리학은 철학의 비판적 정신과 창조적 노력으로 인간의 실제행위의 가치 문제에 관하여 연구하고 인간 행위의 연속 곧 삶(人生)의 목적이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마땅(當爲)한가를 제시하고자 시도한다. 도덕은 그 두 가지 연구대상 중 마땅한 것을 사람의 의무로 인식하여 선한 것, 정의로운 것, 사회를 위해 유익한 것에 관심을 가지는 현실적 인식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인간 사회의 삶의 양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행동도 더욱 다양화되어 간다. 사람들은 자기 중심적이 되어 정해진 규범이나 질서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곧 '선'(善)이고 '옳은 것'(義)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다변화(多邊化)되어 가는 사회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어떤 절대적인 행동의 규범과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윤리학에 대한 연구는 차츰 관심의 대상이 되가고 있다.
그렇다면 윤리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왔으며, 그것이 오늘날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윤리의 어원적 고찰
1) 동양에서의 의미
윤리학을 한자로는'(倫理學)'이라고 쓴다. 이는 '도리'(道理) 또는 '이치'(理致)를 가리키는 '이'(理)자와 합하여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로서 도덕적 행위의 원리'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윤리학' 이란'인륜(人倫)에 관한 학문', 즉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인 도덕적 행위의 원리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2) 서양에서의 의미
윤리학은 영어로'ethics', 독일어로 'Ethik' 라고 한다. 이것은 헬라어의 '에도스'(eqo", hqo")에서 온 것이다 '에도스'는 '관습, 전통, 풍속, 도덕' 등을 의미하는데, 아리스토렐레스(Aristotle B.C. 384-322)에 의하면 이것은 '하나의 인간 공동체가 그들의 행동 규칙으로서 제시한 것'을 의미한다. 한편 기독교적인 용례로서는 고전15:33의 "나쁜 교제는 좋은 습관(hqh crhdta)을 해친다."라는 구절에서 발견되는데, 여기서는 '생활의 방법'이나 '행위의 양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에도스'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도덕'(道德)에 해당하는 영어 'moral'은 라틴어 'moralis, mos, mores'에서 온 것인데, 이 라틴어 단어들도 헬라어 '에도스'와 마찬가지 의미를 가진다.
2. 윤리의 역사
인간 행위의 가치 있는 표준 설정의 원리를 연구하는 윤리학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도덕적 행위 규범은 인간이 현실 생활을 해나가면서 개인적, 집단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기는 가치관의 갈등에서부터 그 필요성이 인식된다. 윤리학이 어떻게 시작되어 발전해 왔는가를 역사적으로 간략하게 살펴보자.
1)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윤리
윤리에 대한 사고(思考)는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 그리스 도시국가들에서 시작되었다. 궤변론자(sophistes)들이 철학의 관심을 자연에서부터 인간에게로 돌렸고, 소크라테스(Sokrates B.C.469-399)가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점차 인간의 도덕적, 본능적 행동을 다루는 학문인 윤리학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윤리학의 시조'(始祖)로 불려지는 소크라테스 이래로 인간이 삶을 통하여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들 가운데 특히 '행복', 유익성, 복지' 등의 개념들이 관심이 대상이 되기 시작하였다. 그는 인간 행위의 가장 강력한 동기로서 개인적인 행복에 대한 욕망을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중도(中道) 혹은 중용(中庸)으로 얻게 되는 행복을 주장했다. 소크라테스 이후로 퀴레네 학파를 경유하여 에피큐러스 학파에 이르는 노선과, 퀴니코스 학파(cynicism)를 경유하여 스토아 학파 (Stoicism)에 이르는 2가지 노선이 형성되었다. 전자는 아리스티포스 (Aristippos of Cyrene B.C. 435-366)와 에피큐러스(Epikourus B.C. 342-270)를 대표로 하여 최대한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최고의 선(善)이라고 주장했다. 후자는 제논(Zenon B.C. 412-325)을 필두로 하여 세네카(Seneca B.C.4-A.D.65), 에픽테토스(Epiktetos A.D.60-120), 그리고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Antoninus A.D. 121-180)등을 중심으로 하여 자연과 일치하는 절제된 삶이 값진 보람을 갖게 한다고 주장하였다.
2) 근대 이후의 윤리
스토아 학파의 사상은 스피노자(B.Spinoza 1632-1677)에 와서 꽃을 피운다. 영국적 경험론에서는 사회적 행복주의가 등장한다. 행복에의 갈망은 백성의 복지와 결부되어졌다(Th. Hobbes 1588-1679, J, Locke 1632-1704, D.Hume 1711-1776, J. Bentham 1748-1832). 한편 독일에서는 윤리학이 반종교적인 형태로 나타났는데, 포이에르바흐(L.Feuerbach 1804-1872)와 슈티르너(M.Stirner)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꽁트(A.Comet 1798-1857)에서 시작한 실증주의(positivism)는 인간을 중심으로 한 윤리를 주창했으며, 그것은 진화론에 의해 강화되었다.
3) 현대의 윤리
현대에 들어서면서 실존주의적(實存主義的)윤리, 공산주의적 윤리, 마르크스주의, 니체의 윤리, 국가, 사회주의, 도덕, 실용주의(pragmatism) 윤리 등이 발전되었다. 특히 분석철학(analytic philosopy)을 중심으로 하여 메타 윤리학(meta ethics)이 발전되었다.
3. 도덕과 윤리의 의미
인간의 도덕심은 현실 생활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가치관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인간의 노력에서 출발하였다. 그에 비하여 윤리학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실제 행위와는 직접적으로 무관한 이론적인 학문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윤리학은 도덕 행위가 유발되는 방법과 도덕적 가정들과 전제들에 대해 연구한다. 한편 '도덕'은 흔히 인간의 실질적인 행위를 안내하는 것으로 지칭되며, 실제적인 문제를 다룬다. 이와 같이 윤리학에서 '윤리'와 '도덕'을 구분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심지어 현대에 들어서는 윤리학의 논리 전개에 있어서 실제 생활의 영역을 배제하려는 경향도 나타난다(분석 철학자들). 그러나 윤리학이 인간의 도덕적 행동의 기준을 다루면서도 그러한 도덕 규범의 설정 원리만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것이 일상 생활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윤리는 이론적인 학문이지만 실천적인 특성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윤리가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이 되려면 이론과 실제의 2가지를 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반 윤리의 한계를 발견한다. 윤리학의 역사적 발달 과정은 그것이 점점 '인간의 책임' 과는 멀어지는 현상을 보여 준다. 우리는 일반 윤리의 한계점에 서서 '인간의 책임'을 '하나님의 주관' 앞에 조명하는 기독교 윤리의 필요성을 발견하며 요청하게 되는 것이다.
Ⅰ. 용어해설
1. 관습(慣習)
개인적인 습관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에 의하여 예로부터 되풀이되어 온 집단적 행동 양식을 말한다. 특히 의식주나 관혼상제(冠婚喪祭), 가족이나 친족 관계 및 남녀 교제의 관례 등이 포함되는데, 도덕이나 법과 더불어 사회 규범의 하나이다. 도덕을 위반하면 사회적 비난을 받고, 또 개인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관습을 위배하면 도덕이나 법만큼 엄하지는 않으나 사회적으로 따돌림을 받고 눈총을 받는다. 결국 개안은 관습을 지켜야만 정신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2. 전통(傳統)
문자대로의 뜻은 전달, , 전해진 것을 말한다. 전통은 같은 문화 유산 중에서도 현재의 생활에서 볼 때 어떤 주관적인 가치판단을 기초로 하여 파악된 것을 말한다. 전통은 문화 유산을 재평가하는 일이 불가결한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또는 사회적으로 확고한 결합체이어야 하며 그것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문화의 전통이라는 것은 이처럼 여러 가지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3. 도덕(morality)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 또는 그 바람직한 행동 기준을 말한다. 동양에 있어서 도덕이란 유교적인 어감이 강하고, 실상 유교의 이상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한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흔히 윤리라는 용어로 쓴다. 그리스어 ethos, 라틴어의 mores, 독일어의 sitte 등은 모두 '습속'이라는 뜻이다. 원래 도덕이란 자연 환경의 특성에 순응하고 각기 그 집단과 더불어 생활하여 온 인간이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간 방식과 생활 관습의 경험을 정리해서 공존을 위해 인간 집단의 질서나 규범을 정하고 그것을 엄격하게 지켜 나간데서 생겨났다.
4. 펠로폰네소스 전쟁
B.C.431-B.C.404에 걸쳐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결국 자기편 동맹시(同盟市)들을 거느리고 싸운 전쟁이다. 스파르타의 승리로 끝났으나, 고대 그리스 쇠망의 원인이 되었다. 아테네는 민주 정치를, 스파르타는 과두 정치(寡頭政治)를 대표한 폴리스였다. 따라서 이 전쟁은 두 정치 체제의 싸움이기도 했다. 각 폴리스 내부에서도 두 정치 체제의 싸움이 계속되었다.
5. 소피스트(sophist)
B.C. 5세기 무렵부터 B.C. 4세기에 걸쳐 그리스에서 활약한 지식인들의 호칭이다. 아테네를 중심으로, 당시의 그리스 전역을 편력하면서 변론술과 입신 출세에 필요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가르쳐, 많은 보수를 받았다. 아브데라의 프로타고라스, 레온티노이의 고르기아스, 엘리스의 히피아스, 케오스의 프로디코스 등이 유명하다. 소피스트란 원래 '현인'(賢人) 또는 '지자(智者)를 의미하였다. 민주주의 사회의 시대적 요청에 따라 가장 중요한 과목 역시 변론술이었다. 그들은 개인이나 국가의 선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선한 자인 체하는 기술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을 밝힌 것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철학자들이다. 이후 '소피스트'란 '궤변을 일삼는 무리'를 의미하게 되었고, 궤변 학파라고도 불렸다,
Ⅱ. 보충 자료
윤리와 가치관
1. 인간과 윤리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동시에 윤리적 존재이기도 하다. 사회 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이며, 또 도덕적 의의와 내용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따라서 인간은 사회 속에서 윤리를 만들며 살고 있으며 사회는 그 윤리로 개인들의 삶을 이끌어가고 있다.
2. 삶과 가치의 문제 : 사회와 윤리면에서 보았을 때 우리들의 삶을 만드는 것은 자신들의 행위이다. 그리고 행위는 그 안에 의식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행위는 자아를 포함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움직이며 사례 없이 행동하는 것 같아도 그 속에는 '그것은 선(善)하니까 행해야 하고 그것은 악(惡)하니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가 있다.
3. 사회적 가치로서의 윤리 : 윤리는 크게 개인에 속하는 것과 사회에 속하는 것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중요하게 취급해야 할 문제가 역시 자유의 문제이다. ① 자유는 모든 윤리와 행위의 기반이면서 핵심이 되는 내용이다. ② 자유를 얻어 누린다는 것은 자유는 질서와 더불어 공존한다는 것이다. ③ 자유는 사랑과 더불어 공영된다는 사실이다. 또한 자유와 더불어 귀중히 여기는 사회적 가치와 질서는 정의와 사랑이다. 특히 사랑의 질서는 사회 가치관의 완성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4. 미래를 향한 가치관 : 우리는 모든 일이 우리들의 사고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귀중한 사고의 내용이 될 수 있는 것을 우리는 가치관이라고 부른다. 이 가치관은 우리의 윤리관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미래를 위한 가치관을 확립한다는 것은, 현실을 인정하는 가운데 전통적인 것과 함께 미래의 윤리관을 확립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