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의 정의/신학과의 관계 [암5:14]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정과 사회의 일원(一員)이 된다. 스스로에게 좋은 것은 물론이고 남을 위하여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싶어하고 혹남에게 괴로움을 주었을 때에는 자신도 고통을 느낀다. 그것을 보통 마음속에 자리잡은 양심의 소리라고 말한다.
양심의 소리를 외면하는 사람은 도덕적으로 악하고 나쁘다는 지탄을 받으며 그 정도가 지나치면 법에 의한 제재를 받는다. 철학적으로 선(善)을 추구하는 도덕철학은 윤리학으로 승화되어 양심과 도덕과 법의 원리를 연구하고, 인간의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어떤 가치있는 구범을 설정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윤리학이 발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학문인 신학과 접촉하여 인본적 규범을 새로이 하나님의 창조원리로서 조명했을 때 참으로 인간으로서의 바른길과 바른 목표, 바른 방법을 찾게 된다.
역사 속에서 인간은 점점 더 악해만 가고, 그럴수록 윤리에의 요청은 더욱 강해져 간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과는 달리 현대 윤리학은 규범 윤리학(normative ethics)에서 메타 윤리학(meta ethics)의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윤리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교회는 보다 분명한 윤리적 기준과 규범들을 기독교인들과 세상에 제시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본 강에서는 윤리의 기초적인 부분인 윤리란 무엇이며 그것의 신학이나 철학과의 관계성, 그리고 기독교 윤리에 대한 것을 대략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1. 윤리란 무엇인가
1) 윤리학의 연구 대상
윤리학은 철학의 한 분야로서 인간이 해야 하는 마땅한 도리를 찾는 학문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는 '자발적인 행위' (the voluntary conduct), 즉 인간적인 행위로서 인격과 합리적 의지를 나타낼 때만 윤리 판단의 대상으로 삼는다. 도덕론에서는 이미 설정된 윤리관에 입각하여 인간의 행위가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선하다, 악하다'는 등으로 판단하는 '도덕적 판단'(moral judgement)을 과제로 삼는다. 도덕적 판단은 외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그가 의도하는 것(intention), 즉 그의 동기까지도 포함한다.
기독교 윤리학은 하나님의 뜻, 예수의 가르침, 성서적 입장을 반영하여 인간 행위의 표준을 설정하려는 학문이며, 특히 다른 윤리 사상을 평가하려는 독특한 사명을 갖는다.
2) 윤리학의 시작과 역사
윤리학은 현실 생활에서 닥치게 되는 결정들과 거기서 오는 가치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실제적인 목적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윤리학은 '윤리학의 시조(始祖)로 불리는 소크라테스(Sokrates B.C. 469-399)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이후로 에피쿠로스(Epikuros B.C.341-270)를 중심으로 하여 쾌락을 추구하는 에피쿠로스 학파와, 제논(Zenon B.C. 412-325)을 중심으로 하여 절제된 삶을 추구하는 스토아 학파(Stoicism)등이 나타났다. 근세에 들어서는 벤덤(J.Bentham 1748-1832)을 중심으로 하는 실증주의(positivism)등이 나타났다. 현대에는 실존주의 윤리, 실용주의(Pragmatism)윤리, 메타 윤리학(meta ethics)등이 발전되었다. 원래의 윤리학은 인간으로서의 높은 덕목이나 선한 가치를 추구하는 철학에서 출발하였지만, 그것을 순수 이론적인 것으로 제한하지 아니하고 이론적 윤리학과 실천적 도덕론을 함께 포괄하고 있다.
2. 신학과 철학과의 관계 속의 윤리
1) 철학과 윤리의 관계
철학은 인간의 인격의 지정의와 관련하여 생각할 때 진선미를 추구하는데 과학은 진을, 윤리학은 선을, 예술은 미를 추구하는 대표적 분야이다. 그러므로 윤리학은 도덕적 판단과 그 기준 등을 연구하고 분석한다는 측면에서 '도덕철학'으로 불린다. 철학이 윤리학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예로는 윤리학을 '규범적 윤리' (normative ethics)와 '메타 윤리'(meta ethics)
로 크게 이분한다는 것이다. 도덕철학은 전통적으로 행동 지침을 세우는 원리를 제공하는 규범적 윤리를 뜻한다. 이러한 규범 윤리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들로는 플라톤(Platon B.C. 472-347) 밀(J.S.Mill 1806-1873), 칸트(I.Knat 1724-1804) 등이 있다. 그러나 현대에는 전통적인 윤리관에 도전하는 사상들이 나타나는데 , 그 대표적인 사람들로는 무어(G.E.Moore 1873-1958), 로스(W.D. Ross), 그리고 에이어(A.J.Ayer) 등이 있다.
2) 신학과 철학의 관계
철학은 인간의 제반사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윤리학은 인간의 행동을 대상으로 삼는데 비하여 신학은 하나님의 존재와 사역에 대하여, 그리고 인간의 제반사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연구한다. 기독교 초기에는 저스틴(Justinus Martyrus 100-165), 오리겐(Origenes 185-254)등이 기독교의 변증을 위해서 철학을 사용했고 그 이후 증세에는 철학이 '신학의 시녀'로 인식되었다. 어거스틴(Augustinus 354-430)과 프란체스코(Francesco) 수도회는 플라톤의 영향으로 주의적(主義的) 성향을 띠었고, 토마스(Thomas Aquinas 1225-1274)와 도미니코 (Dominico) 수도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으로 주지적(主知的) 성향을 띠었다. 근세 이후에는 철학이 신학과 별개로 작용했는데, 어느 면에서는 철학이 신학보다 더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다.
3) 신학과 철학의 전체적 시각 속에서 본 윤리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근거한 로마 카톨릭의 도덕 체계와 칸트의 영향을 받은 개신교의 윤리는 상당히 다르다. 전자는 인간의 선(善)이 사람에 의해서 세워진다고 생각하고, 후자는 사랑이 인간의 선을 위해 요청된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신학과 철학, 철학과 윤리, 윤리와 신학은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이어져 내려왔다.
3. 신학에서의 윤리학
1) 신학과 윤리학의 관계성
신학과 윤리학은 오래 전부터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실 예수님은 신학자나 윤리학자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을 교훈 하시면서 자신의 윤리 사상을 보여 주셨다. 기독교 역사를 볼 때 사도 바울, 어거스틴, 칼빈, 쉴라이에르마허, 바르트, 에밀부룬너, 본회퍼 등은 모두 신학자로서 체계적인 윤리 사상을 전개했다. 이것은 신학과 윤리학의 밀접한 관계를 입증할 뿐만 아니라, 신학과 윤리학의 동반자적 관계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2) 윤리의 주요 주제에 대한 신학적 입장
신학자들은 선(善)의 소재(所在)와 성격을 논하는 데 있어서 하나님은 선하시며(막10:18), 인간에게 선에 대한 책임을 부여(암5:14)했다고 하는 기독교적 확신에서 시작한다. 기독교 윤리는 하나님의 선하심에서 비롯된다. 또한 인간의 본성은 윤리 체계의 초석(礎石)인데, 신학에서는 인간을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한다. 인간은 피조물로 하나님의 권위 아래 있으므로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며 살아야 한다. 더 나아가 행동의 표준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에게 맞춰져 있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하나님 앞에 인격적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근대 이전의 기독교에서는 윤리가 아직도 주관적이고 실천적인 좁은 영역에 속했다. 그러나 근대에
와서는 윤리가 신학(神學)에서 독립하여 인간 사회 속에서 보편타당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반면에 신학은 여러 면에서 불신을 받게 되었다. 이제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성경적 윤리를 재건해야 한다. 현대는 가치관의 부재(不在) 및 혼동의 시대로 확고 불변한 진리인 하나님의 말씀(마5:18)에 기초한 행동 지침이 절실히 요청된다.
Ⅰ.용어 해설
1. 규범윤리학(nirmative ethics)
인간이 마땅히 어떻게 행위해야 하느냐에 관한 도덕의 보편적인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규범 윤리학은 도덕의 본질, 도덕적 판단의 의미 및 그 타당성 등을 철학적으로 연구한다. 따라서 이를 윤리 철학 또는 도덕철학이라고도 부른다. 규범 윤리학에는 목적주의 윤리학과 법칙 주의 윤리학이 있다. 목적 주의 윤리학은 행위의 옳고 그름, 도덕적 의무 등은 어디까지나 행위의 목적이나 결과의 좋고 나쁨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행위의 목적인 선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목적 주의 윤리설은 쾌락설, 행복설, 비 쾌락설 등 여러 가지로 나누어지며, 행위의 목적인 선이 누구의 것이냐에 따라서 이기주의. 이타주의. 공리주의 등으로 나뉜다. 법칙 주의 윤리설은 인간에게는 마땅히 실천해야할 도덕적 의가 있다고 주장한다. 도덕적 판단은 행위의 목적이나 결과에 의해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도덕적 의무의 실천 여부에 따라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법칙 주의 윤리설을 의무론적 윤리설 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칸트에서 그 전형을 찾을 수 있다.
2. 메타윤리학(meta-ethics)
20세기에 접어들어 종래의 규범 윤리학과는 달리 윤리적 언사나 발언의 의미와 정당화에 대한 철학적 분석을 일삼는 윤리학을 메타 윤리학이라고 한다. 오늘날은 주로 영. 미에서 세력이 강한 메타 윤리학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 입장으로 정립할 수 있다.① 윤리적 가치나 도덕적 판단의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경험적 사실이나 기술적(記述的) 판단에로 환원 할 수 있다고 보는 자연주의, ② 윤리적 언사는 독특한 비사실적. 객관적 성질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객관주의 또는 직각주의(intuitonism), ③ 윤리적 언사나 발언은 단순히 발언자의 감정이나 태도의 표백(表白)이며 청자(廳者)에게 어떤 감정을 환기하거나 태도의 변화를 기대하는 구실밖에 하지 못한다는 감동설(感動說)등이 있다.
3. 도덕철학(道德哲學)
윤리학. 실천철학의 한 부문으로 윤리학을 크게 나누어 도덕적 사실을 사실로서 연구하고 기술하는 경험적 과학과, 도덕의 보편적 원리 내지 법칙에 기초를 부여하는 학문으로 구별한다면 도덕철학은 후자에 속한다. 또한 실천철학을 기술적 실천에 관계되는 것과 도덕적 실천에 관계되는 것으로 나눈다면 도덕철학으로 후자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서양의 전통적 철학적 윤리학의 주류는 주로 도덕철학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소크라테스에서 비롯되는 헬레니즘 계통의 윤리학이나 그리스도교에 수용(受容) 전개된 헤브라이즘 계통의 윤리학도 마찬가지이다. 근세에 와서 데카르트에서 비롯되는 대륙의 합리론은 이성에 바탕을 두고, 18세기 영국의 모랄리스트는 도덕 감각에 의해 각각 그 도덕철학을 구축하였다. 칸트는 이것들을 비판적으로 집대성하여 형식주의적인 법칙 윤리학을 세웠다. 또한 E. 후서를의 선험적 현상학의 세례를 받은 셸러는 칸트를 비판하여 실천적 가치 윤리학을 이루었다. 현대의 체계적인 도덕철학으로서의 윤리학을 형성한 대표적인 철학자는 N. 하르트만이며 , 논리실증주의와 분석철학에 의한 도덕철학의 기초 부여는 아직 시론적(試論的)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Ⅱ. 보충 자료
기독교 윤리
1. 기독교 윤리의 의미 : 기독교 윤리도 윤리학인 이상 인간 관계, 즉 사회에서 일어나는 도덕적 행위에 대하여 비평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나, 이것을 기독교 신앙에 서서 연구하는 것이다. 또한 기독교 윤리는 하나님의 특별계시에 입각한 것으로 다른 윤리의 심판자로 나타나기 때문에 심판하는 일은 기독교 윤리의 사명 중 하나이다.
2. 기독교 윤리의 중요성 : 하나님의 특별계시를 기초로 한 기독교 윤리의 중요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오늘의 시대 상황은 도덕적 타락이 극도에 달하고 있다. 오늘날 시대가 봉착한 도덕적 위기의 해소는 도덕의 주장자 되신 예수그리스도의 역사에 의해서만 해소될 수 있다. ② 오늘날 윤리학의 경향은 인본주의적이며 반기독교적 경향을 띄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인간은 뚜렷한 윤리 기준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 윤리가 더욱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3. 기독교 윤리의 특징
① 최고선 - 성경의 하나님을 아는 것이 최고의 선이며, 그의 뜻에 순종하는 것만이 지극히 가치 있는 선행이 되는 것이다.
② 선행의 동기와 목적 - 하나님과 이웃을 위한 진실한 사랑만이 모든 선행의 유일한 동기가 된다. 그리고 선행의 올바른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그를 기쁘시게 하는 것이다.
③ 선행의 원천 - 성령께서 각자 마음속에 내재하셔서 각 사람의 생애를 주관, 보호, 교육하시므로 선행의 원천이 된다. 즉 선에 대한 올바른 분별, 선을 행하고자 하는 욕망, 선을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는 데서 선의 실천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