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부인함/눅7:5-10
1) 감당치 못하겠나이다(ou gar ikano" × imi)
본문에서 백부장은 비록 예수님 앞에 직접 나타나지는 않았고 백부장의 병을 고친 것도 아니지만, 그가 주인공이 되고 있다. 여기에서 백부장의 가장 두드러진 성격은 겸손이다. 원문은 백부장의 겸손을 잘 드러내 준다. '감당치 못하겠나이다'라는 원문 (ou gar ikano" × imi:우 가르 히카노스 에이미)의 문자적인 번역은 '왜냐하면 나는…할만한 자격이(또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라는 설명문이 된다. 기독교인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근거는, 우리가 도무지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만한 기초적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롭다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2) 이스라엘 중에서도 이만한 믿음을 만나보지 못하였노라(oud × × n tw JIsrahl tosauthn pistin × uron)
본문에서 백부장은 예수님의 격찬을 듣고 나서 새로 이스라엘에 속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하려 이방인인 채로 그를 바라보면서 이스라엘을 나무라고 있는 듯하다. 원문의 (tosauth pisti":토사우테 피스티스)라는 표현은 그러한 믿음(such faith)이란 뜻으로서 백부장의 믿음을 가리킨다. 선민 의식을 가진 유대인들은 어느 누구도 하나님의 구원 은혜 앞에서 '나는…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본문은 주님께서 구원받은 성도들이 갖추어야 할 신앙적 덕목 중에 '자신을 부인하는 자세'를 비유로 교훈하신 내용입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명령받은 것을 다 행한 후'(10절)라도 하나님 앞에 자신을 '무익한 종'으로 여기라고 하셨습니다. 문예 부흥 시대 때에 한 인본주의 소설가는 이 기독교의 '자기 부인'에 대한 교훈에 대하여 '마치 거인에게 난쟁이의 신발을 신기려고 하는 억지'라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성도가 자신을 낮추고 부인하는 것은 더 크고 온전한 그리스도의 생명과 진리를 얻고자 하는 적극적인 신앙 윤리관임을 알지 못하는 소치입니다. 이제 '자기 부인'의 의미와 교훈을 알아봄으로써 함께 은혜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1. 자기를 부인하는 의미와 이유
1) 소극적인 이유
성도가 왜 하나님과 이웃 앞에서 늘 자신을 부인해야 합니까? 그 첫 번째 이유로는 소극적으로 '성도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성도 자신의 인간적인 연약성 때문입니다. 성도가 비록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과 진리로 거듭난 영적 존재이지만, 성도의 인격 안에는 아직도 아담으로부터 물려받은 '옛 사람'의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신앙적으로나 혹은 윤리적으로 넘어질 소지가 다분합니다. 또 성도라 해도, 도덕적 소양과 사회적 안목이 완전할 수는 없습니다. 성도들 특히 청소년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리스도인들이 되었다고 해서 일시에 윤리, 도덕, 그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제 기준을 모두 갖춘 존재가 아님을 인식해야 합니다. 사람은 자연적인 연륜과 삶의 경험을 통해서 성장하고 발전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본문에서 사도들이 주님께 '믿음을 더'(5절)해 달라고 한 것을 보십시오. 이는 일종의 교만입니다. 왜냐하면 앞 뒤 구절을 잘 살펴볼 때, 주님의 '끝없는 용서의 의무'(참조;눅7:1-4절)에 대한 반발심으로 그와 같은 요구를 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를 그와 같이 무조건적으로 원수와 죄인들을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무슨 대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그 대가로 믿음을 더 주소서'라는 의미로 요청을 했기에 주님께서는 '무익한 종의 비유'를 들어 교훈하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성도들도 그 연약하고 불완전한 인격성 때문에 늘 자신의 뜻을 경계하고 하나님과 이웃 앞에 자기를 부인하는 자세를 지녀야 함이 마땅하다 하겠습니다.
2) 적극적인 이유
'종이 있어 밭에서 돌아오면 저더러 곧 와 앉아서 먹으라 할 자가 있겠느냐'(7절). 자기를 부인해야 할 적극적인 이유가 이 말씀 안에 내포되어 있습니다. 즉 성도와 하나님과의 본래적인 관계 때문에 늘 자신을 부인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주님 당시의 세계에서는 종에 대한 주인의 권리가 절대적이며 일방적이었던 것 같이, 하나님과 성도사이는 궁극적으로 '신과 인간',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에 있었음을 인식시키려는 것입니다. 성도와 하나님의 관계는 이와 같이 '나의 것'을 주장할 수 없는 관계입니다. 나의 생명, 재산, 자질, 그리고 영적인 축복 등 모두 하나님께로부터 나오고 그분께 돌아갑니다. 그러기에 그분의 뜻과 요구 앞에서 제자들처럼 내 주장, 내 취향을 내세울 수는 없음을 깨우치신 것입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자기 부인'은 맹목적이거나 숙명론적인 '자기 포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진리 앞에서 비진리 되는 것을 부인하는 지혜요, 영원한 것을 얻고자 유한한 것을 유보하는 최선의 가치관이요, 또 주님의 온전하신 뜻을 내 삶에 구현시키려는 사랑의 양보임을 인식해야 합니다(참조;고전10:25-27).
2. 자기를 부인하는 길
1) 늘 자신의 본래적 위치를 상기해야 합니다
'명한대로 하였다고 종에게 사례하겠느냐'(9절). 즉 종이 자신의 기분과 뜻을 주인 앞에서 불평할 처지가 못되듯,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본래적인 처지를 기억하고 있어야 자신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본래적으로 다 멸망받는 죄인들이었습니다. 또 하나님 없이는 본래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존재들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교회에서 충성하고 봉사하여 많은 공로를 세웠다 할지라도 본래적으로 자랑할 것이 없는 존재들임을 늘 기억합시다. 이 의식이야말로 성도의 참된 삶의 지혜입니다.
2) 오직 하나님의 뜻을 절대적 가치로 여기며 생활해야 합니다
'도리어 저더러 내 먹을 것을 예비하고…너는 그 후에 먹고 마시라(8절)'. 즉 종의 관심과 의무는 오직 주인의 편익과 그 뜻을 위하여 있는 것처럼 성도는 그의 모든 삶의 존재와 가치를 하나님의 뜻에 두어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즉 신앙 안에서 자기를 부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 자기를 부인하는 성도가 얻을 상급
1) 평탄한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불완전하 자기의 뜻을 포기하고 온전하신 하나님의 뜻을 사랑하고 의뢰하기에 평강으로 이어지는 삶을 얻게 됩니다. 자신을 내세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사회에서도 또 신앙 생활에서도 늘 분쟁과 불평을 초래합니다.
2) 발전적인 삶을 추구하게 됩니다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드리는 생활이 바로 자기 부인의 삶이기에 하나님께서 많은 것을 맡기고 또 하늘 나라의 그릇으로 사용합니다. 자기 부인은 '쇠퇴의 철학이 아니라, 창조의 가치관'임을 명심합시다.
맺는 말
자기를 부인하는 성도의 덕은 오직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뜻을 이루어 드리려는 사랑의 행위요, 신앙적 삶의 지혜입니다.
·자기를 부인
a. 그리스도인의 의무(롬12:1,2)
b.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마16:24)
c. 그리스도의 제자 됨의 증거(눅14:26-27)
1. 자기를 부인하는 삶의 의미와 자유
a. 의미
㉠예수를 위한 완전한 포기(눅5:11) ㉡자기 주장을 포기(벧전5:3) ㉢자기 생각을 포기(롬12:3) ㉣육신의 정욕을 억제(벧3:5) ㉤주를 위한 온전한 헌신(고후8:5) ㉥이생의 자랑을 버림(빌3:8) ㉦자기 희생(마16:25) ㉧자기 비하(고전15:8)
b. 진리를 부인하는 삶
㉠그리스도께 속함(롬6:5) ㉡진리에 속함(벧후1:12) ㉢영에 속함(롬8:11) ㉣성령의 법에 매임(롬8:2) ㉤말씀에 복종함(행11:1)
c. 참 자유를 얻는 방법
㉠그리스도 예수 안에 거함으로(요8:36) ㉡진리는 자유의 방편(요8:32) ㉢성령 안에 거함으로(고후3:17) ㉣성령의 법을 실행함으로(약1:25)
2. 자기를 부인하는 길
a. 대상
㉠탐심에 대해서(잠23:2) ㉡자기 애착에 대해서(마16:24-26) ㉢죄의 날에 대해서(히11:25-26)
b. 방법
㉠세상 정욕을 버리고 근신함(딛2:12) ㉡하나님의 뜻을 좇음(벧전4:2) ㉢옛 사람을 벗어 버림(엡4:22) ㉣몸의 행실을 죽임(롬8:13) ㉤주를 위해 목숨을 버림(마16:25) ㉥땅에 있는 지혜를 죽임(골3:5) ㉦자기를 기쁘게 하지 않음(롬15:1) ㉧그리스도 이외의 것은 해로 여김(빌9:7) ㉨우리의 몸을 주께 드림(롬6:13) ㉩십자가의 고난을 짊어짐(마10:38) ㉪가정과 친구에 얽매이지 않음(막10:38) ㉫직장에 얽매이지 않음(눅5:27,28) ㉬재산을 아끼지 않음(눅14:33)
3. 자기 부인한 자가 얻은 상급
a. 금생에서
㉠여러 배로 보상(눅18:28-30) ㉡참 평안을 누림(요14:27) ㉢진리를 소유(요8:32) ㉣참 자유를 얻음(고후3:17)
b. 내세에서
㉠영생을 얻음(롬6:22) ㉡사망에서 벗어남(롬6:9) ㉢정죄함이 없음(롬8:1) ㉣부활에 참여함(롬6:5) ㉤죄의 종 노릇에서 벗어남(롬6:6) ㉥이생에서 긍휼히 여김을 받음(사55:7) ㉦새로운 마음과 영을 얻음(겔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