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말하는 전통적인 교회 이해를 거부하는 탈현대의 교회 이해를 살펴보고자 한다. 전통적인 교회 이해는 니케아 신조의 교회 속성인 유일성, 거룩성, 보편성, 사도성을 말하며, 마태복음 16장 18절을 기초로 교회의 근거를 삼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말씀 선포, 교육, 친교, 봉사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항상 이 기능의 중심에는 그리스도가 있어야 하고, 하나님께 대한 감사와 찬양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탈현대는 어떻게 교회를 이해하는가? 물론 몰트만의 희망의 교회론이나 한스 큉의 목적으로 보이는 교회, 즉 부활 신앙을 말하는 현대교회교회론도 있지만 라너가 말한 제3교회라든지, 뷜만의 제3교회를 말하는 탈현대교회론도 있다. 탈현대의 교회 이해는 이전의 제도화되고 거대해진 교회를 부정하고 진실하고 작으며 인간적인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기독교의 역사는 곧 교회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신약 시대를 거치면서 주후 1세기부터 시작된 교회의 역사는 각 시대마다 자기에게 부여된 사명을 인식하며 지키기 위하여 힘써 온 시간들이다. 교회는 성도들의 모임이면서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알리는 전진 기지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교회의 역할을 포스트모더니즘신학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전통적 교회 이해
1) 니케아 신조의 교회의 속성
니케아 신조(A.D.381)는 교회의 속성을 네 가지로 고백하고 있다. "우리는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를…믿는다"는 고백이 그것이다. 즉 단일성(혹은 유일성), 거룩성, 보편성, 사도성이 교회의 네 가지 속성이며 그 교회가 참된 기독교회인지 증명할 수 있는 표징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네 가지 속성은 교회의 전통과 긴밀하게 연관된다. 하나님을 믿는 하나의 교회이고 동시에 거룩한 공동체로 서야 하며 온 인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보편적인 구원 의지를 선포해야 하고, 예수그리스도를 따랐던 사도들의 전통을 수용하는 것이다(엡2:20). 이러한 교회 이해가 기독교 역사 이천 년의 근거가 되고 있다.
2) 교회의 반석-베드로
마16:18,19에서 예수는 베드로에게 엄청난 약속을 하였다. 베드로를 가리켜 반석이라 하면서 그리스도의 교회를 이 반석 위에 세우겠다는 약속을 하신 것이다. 그리고 베드로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맡기셨다. 그래서 카톨릭 교회에서는 주님의 말씀을 오해하여 교회가 '구원의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주는 그리스도'라는 신앙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신 것이지 베드로라는 한 인간 위에 세우신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교회로서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주는 그리스도'라는 신앙고백이 선행되어야 한다.
3) 교회의 전통적인 기능
기독교 역사 속에서 교회가 가져야 할 기능은 흔히 네 가지로 전술되어 왔다. 말씀 선포, 교육, 친교, 봉사가 그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말씀으로 새로운 세대들을 교육하며, 신앙 안에서 하나 된 공동체가 친교를 나누고, 세상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이 바로 교회의 전통적인 기능이다.
이러한 기능은 오늘에도 마찬가지로 교회가 감당해야 할 기능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능의 중심에는 언제나 그리스도가 있으며 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찬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골3:16).
2. 현대의 교회 이해
1) 몰트만의 교회론
위르겐 몰트만(Jrgen Moltmann 1926- )의 교회론은 '메시야적 교회론'이라 불리는데, 그는 역사와 공동체를 강조한다. 역사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임재하심이 하나님의 사역에 참여하는 교회를 통하여 드러나는데, 이 교회는 크게 네 가지 성격을 갖는다.
몰트만이 교회에 부여한 네 가지 성격은 첫째, 출애굽 공동체로서의 교회, 둘째, 십자가 아래 있는 공동체로서의 교회, 셋째,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공동체로서의 교회, 마지막으로 성령의 새 창조 과정 안에 있는 교회이다. 이러한 성격을 갖고 교회는 날마다 새롭게 거듭나는 공동체이다. 몰트만은 그의 대표적인 명제인 '희망'에 따라 교회론을 전개하고 있다. 그의 희망은 종말론적으로 성취된 희망이고 교회는 그리스도의 부활에 근거한 희망 공동체이다(고후13:9).
2) 한스 큉의 교회론
독일의 신학자 한스 큉(Hans Kng 1928- )은 '교회란 무엇인가'(Was ist Kirche)라는 저서에서 교회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취급하고 있다. 그는 교회를 '구체적인 집회, 수시의 회합'을 의미하는 에클레시아(ekklesia)로 이해할 때, 단순히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위하여 모이는 것이 아니라 '누가' 무슨 목적으로 모이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교회 이해의 출발은 예수에 대한 이해와 부활 신앙이다(엡5:23).
큉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교회, 다양한 은사와 성도의 신앙을 유발시키는 성령의 역할로서의 교회, 완전한 하나님의 교회이며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지방 교회를 말하고 있다. 큉의 교회론은 전통적인 교회 이해에 근거하고 있으며 원칙적인 교회의 자리를 강조하므로 오늘날 물질화되고 분열화된 교회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3.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의 교회론
탈현대(post-modernism)의 교회 이해는 이전의 제도화되고 거대해진 교회를 부정하고 진솔하며 작고 인간적인 교회를 지향한다. 이는 기존의 질서나 전통에서 탈피하려는 포스트 모더니즘 사상이 교회에도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교회를 인간의 지적인 계획으로 그려낼 수는 없다. 교회는 교회의 주인은 머리 되신 그리스도이며(엡1:22), 교회는 하나님께만 속한 것임(고전11:16)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1) 라너의 제3교회
독일의 신학자 라너(Karl Rahner 1904-1984)는, 1972년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날에 행한 강연에서, 유럽 지역에는 제3교회가 탄생하고 있다고 하였다. 라너가 말한 제3의 교인들은 개신교나 카톨릭에 형식적으로 속해 있기는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단지 기독교에 속해 있는 초교파적 기독교인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오늘날의 각 교파별 교회가 주장하는 독특한 전통을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이들은 개신교 지역에 거주하면서 카톨릭 교회에 나가기도 하고, 이사를 가면 교파를 바꾸기도 한다. 이는 예전과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경향이 교파별 특성을 넘어선 기독교의 공통성을 인정하는 성숙한 모습인지, 신앙의 열정이 식어버린 모습인지를 지금은 판단하기 어려우나 탈현대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모습임에는 틀림없다.
2) 뷜만의 제3교회
스위스의 선교신학자 뷜만(Walbert Bhlmann)은 1974년 '제3교회가 오고 있다'는 저서를 펴냈다. 그는 세계 교회를 동방 교회, 서방 교회, 남방 교회로 구분하여, 제1의 교회는 동방(동구)에 있는 교회이고, 제2의 교회는 서방(자본주의)에 있는 교회이며, 남방에 있는 교회는 제3의 교회라고 불렀다.
그가 관심을 갖는 교회는 제3의 교회이다. 공산권 치하에서 침묵해야했던 제1교회, 지금은 기독교 세계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쇠퇴하고 있는 제2교회, 그리고 지금은 소수자에 속하지만 21세기가 되면 주류를 차지할 만큼 '성장하고' 있는 제3교회가 그것이다. 그가 말하는 남방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지역을 가리킨다.
Ⅰ. 용어 해설
1. 니케아 신조(the Nicene Creed)
아리안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325년에 318명의 동방 교회의 감독들이 니케아에서 회집했던 제1차 회의에서 이 신조는 '그리고 성령'이란 말로 갑자기 끝난 것을 381년에 150명의 동방 교회 감독들을 소집하여 '성령' 다음의 조항들을 추가시켰다. 이 신조는 희랍 교회에서 큰 권위를 받아 사도신경이 라틴교회나 프로테스탄트 교회에서 차지하는 것과 버금가는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2. 교회의 유일성
교회는 하나님의 동일한 성령에 의해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의 몸에 들어오게 된 사람으로 구성되어 하나님의 지상 사역을 위한 유일한 도구이다.
3. 교회의 거룩성
카톨릭은 교리, 교훈, 예배, 권징 등과 같은 교회의 외적 형식에서, 개신교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새 생명을 얻고 의롭다 함을 받은 성도들의 삶 속에서 거룩함을 요구한다.
4. 교회의 보편성
카톨릭은 교회의 보편성을 지상에 있는 유형 교회로 주장하지만, 개신교는 모든 시대의 모든 성도들을 포함하고 있는 무형 교회를 주장한다.
5. 하나님의 보편적 구원 의지
그리스도의 속죄 사건이 온 세상을 위한 사건이라는 이론. 선택설을 주장하는 칼빈주의에 반대한 아르미니안주의의 구원이론이다. 현대 신학자들 가운데서 칼 바르트가 칼빈의 속죄 교리를 비판하면서 보편적 구원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대표적인 성경 구절은 요1:9; 요3:16; 롬5:19; 딤전2:4,6; 벧후3:9; 요일2:2; 히2:9 등이다.
6. 위르겐 몰트만(Ju〉rgen Moltmann)
함부르크(Hamburg) 출생. '희망의 신학', '십자가에 달린 하나님',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교회', '삼위일체와 하나님의 나라' 등의 책을 저술했음.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교회'라는 책에서 개혁주의 전통적 교회관에 입각하여 새로운 교회 곧 메시야적 교회론을 전개하였다. 몰트만은 메시야적 교회론의 차원을 ① 예수그리스도의 교회 ② 선교적 교회 ③ 연합적인 교회 ④ 정치적인 교회 등으로 구분한다. 여기에서 몰트만은 오순절의 성령으로부터의 교회론을 생각했음.
7. 힌스 큉(Hans Ku〉ng)
1928년 스위스 루세네(Lucene)에서 출생. 로마에서 학업을 마친 후 파리에 가서 보기 드문 박하 학위 논문인 《칭의: 칼바르트의 교리와 카톨릭의 반성》을 썼다. 1970년대 《교황 무오성은 무오한가》라는 책을 출판하여 교회가 교황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8. 칼 라너(Karl Rahner)
칼 라너는 1904년 프라이버그임 브리이스가우(Freiburgim Breisgau)에서 출생했고, 예수회에 입적하여 1948년 인스부르크(Innsbruck)의 교의 신학 교수가 되었다. 그는 '익명의 기독교'(anonymous Chri-stianity)이론으로 유명한데, 전통적 로마 카톨릭의 입장인 가견적 조직화된 유일한 카톨릭 교회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진술들을 설명하고자 했다.
9. 월베르트 뷜만(Walbert Bu〉hlmann)
뷜만은 스위스의 카톨릭 선교신학자로서 1974년에 《제3교회가 오고 있다》는 책을 펴냄으로써 '제3교회'란 개념을 유행시켰다. 제3교회의 개념은 일반인들이 제3세대라고 부르는 20세기의 교회들을 가리킨다. 그는 여기서 세계 교회를 동방 교회, 서방 교회, 그리고 나방 교회로 구분했다.
Ⅱ. 보충 자료
신약에 나타난 에클레시아(ekklhsia)의 의미
신약에 112번 나오는데 그 90%가 바울 서신과 사도행전 그리고 요한계시록에서 발견되는 이 말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특별한 목적을 위하여 부름 받은 사람들의 집회 : 모임의 목적은 세속적인 것일 수도 종교적인 것일 수도 있다. 신약성서에서는 기도, 가르침, 심의를 위하여 모인 특별한 회중을 가리킨다(행11:26; 행12:5; 고전11:18; 고전14:4,5,19,28,34,35; 골4:16).
2. 특정 지역의 신도의 공동체 : 공동체가 모이는 지역은 단일한 집안, 도시, 그리고 하나의 지방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에클레시아란 '이방인의 모든 교리들'(롬16:4)이라는 회중에 대한 명칭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3.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모으신 공동체 하나님은 에클레시아를 존재하도록 부르셨고 그 안에 살아 계시며 그것을 통치하시고 그것을 통하여 그의 목적을 이루신다. 에클레시아는 하나님이 모으시고 부르셨기 때문에 온전한 계약 공동체는 하나의 단일한 공동체로서 '그리스도의 교회들'이라는 말로 칭해진다(롬16:16; 갈1:22).
4. 종말론적 하나님의 백성 : 하나님의 계약을 완성한다는 의미에서 하나님의 영광의 통로와 그릇이며, 사단에 대한 하나님의 싸움의 참여자이고, 약속들의 상속자이며 영원한 생명의 보증이 된다(엡1:23-엡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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